도로 위 순찰차가 경광등도 끈채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그때, 흰색 SUV 차량 한대가 순찰차 옆을 지나갑니다.
이때부터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순찰차의 정차 요구에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던 흰색 차량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요.
경찰이 쫓은 이 차량은 스물 한살 A씨가 훔친 차입니다.
A씨는 하루 전, 전남 보성에서 키가 꽂혀있던 차를 훔쳤습니다.
그대로 차를 몰아 부산에 갔다가 광양을 거쳐 순천까지 이르렀는데요.
훔친 차를 타고 무려 420km를 쏘다닌 겁니다.
A씨는 경찰의 눈을 피해 국도만 이용했는데요.
하지만 순천경찰서 순찰차에 달려 있던 도난 차량 감시기에 포착된 겁니다.
절도범이 과연 순순히 잡힐까요.
지하주차장까지 따라 붙은 경찰들.
용의 차량 앞에 있던 차량 운전자에게 차를 세워 막아달라고 하는데요.
다급해진 A 씨 아예 앞 차를 깔아 뭉개서라도 도망치려고 합니다.
여의치 않자, 조수석으로 빠져 나와 뛰기 시작하는데요.
[김창희 / 순천경찰서 경위]
"거기 틈도 없어요, 거기 보시면. 사람 한 명 들어갈 수 있는데 거기를 도주하려고 올라탔고, 차를 버리고…"
차량이 멈춰선 상태에서 조수석을 빠져나와 경찰을 따돌리는데까지 단 10초가 걸렸습니다.
거침없는 절도범을 쫓아 경찰들이 달리고 또 달리는데요.
절도범의 허를 찌른 것은 다름 아닌 시민이었습니다.
마침 영화를 보고 나오던 시민이 경찰의 외침을 듣고 절도범을 덮친 것입니다.
[김모 씨 / 절도범 검거 시민]
"더 도망치면 위험할 것 같아서, 급하게 잡으니까 넘어지더라고요. 예전에 경찰 준비하면서 운동해놨던 것도 있고 그래서 다행히…"
절도범을 잡은 서른 살 김씨는, 작년까지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었다고 합니다.
경제 사정 때문에 잠시 미뤄놨던 경찰의 꿈을 이번 기회에 다시 펼칠 수있게 됐다고 하는데요.
김 씨는, 경찰이 도움을 요청할때 시민이 나서준다면 더 좋은 사회가 될거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사건파일이었습니다.
최주현 기자 choigo@donga.com